"잠깐, 이 음악 어디서 들어 봤는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배경에 흐르는 음악에 온 신경이 쏠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앱을 켜서 검색하기엔 장면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검색하자니 '그 드라마 그 장면 그 음악'이라는 키워드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죠. 그런데 놀라운 건,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간 그 선율이 사실 수백 년 전에 작곡된 클래식 명곡인 경우가 정말 많다는 사실입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의 잠을 깨우던 경쾌한 트럼펫 소리의 정체가 하이든이라는 걸 아셨나요? 기생충에서 기우네 가족이 박사장 집을 장악하는 장면에 흐르던 웅장한 오페라가 헨델의 아리아였다는 사실은요? 감독들은 이 클래식 음악들을 그냥 분위기 좋으라고 넣은 게 아닙니다. 한 곡 한 곡에 치밀한 의도와 날카로운 풍자, 때로는 소름 돋는 복선이 숨어 있죠.
이 글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속에 등장한 클래식 음악을 작품별로 정리하고, 왜 하필 그 장면에 그 음악이 쓰였는지 연출 의도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다음번에 넷플릭스를 켤 때 배경음악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기 시작할 거예요.
📋 목차
왜 감독들은 클래식 음악을 삽입하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미국의 영화 음악 작곡가 아론 코플란드(Aaron Copland)는 영화 속 음악의 기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 바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이 바로 '감정의 이중 코드'를 만들어 내는 역할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과 정반대되는 감정의 음악을 깔아, 관객의 머릿속에서 기묘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이죠.
클래식 음악은 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최적의 도구입니다. 왜냐하면 클래식에는 가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사가 있는 팝송이나 OST는 감정의 방향을 직접적으로 지시합니다. "슬프다", "사랑한다"라는 가사가 관객의 감정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죠. 반면 클래식 음악은 가사 없이 순수한 선율과 화성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같은 곡이라도 어떤 장면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원래 빈 상류사회의 화려한 무도회를 위한 왈츠입니다. 그런데 이 곡이 오징어 게임에서 목숨을 건 참가자들이 줄지어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 흘러나오면, 우아함과 잔혹함이 충돌하면서 소름 돋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집니다. 감독이 직접 "이 장면은 계급의 모순을 보여준다"라고 자막을 띄우는 것보다, 상류층의 음악을 하류층의 죽음 위에 얹는 것이 백 배는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죠.
또 하나, 클래식 음악에는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문화적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베토벤의 '운명'이라고 하면 누구나 장엄함과 투쟁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바흐의 곡이 흐르면 종교적 엄숙함이 느껴지죠. 감독들은 이런 집단적 연상 작용을 전략적으로 활용합니다. 음악 하나를 삽입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장면에 역사적, 문화적 깊이를 부여할 수 있으니, 이보다 효율적인 연출 도구가 또 있을까요?
자, 그렇다면 실제로 감독들이 이 전략을 어떻게 구사했는지, 구체적인 작품들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 잔혹한 게임장에 울려 퍼진 우아한 선율
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 작품의 음악을 맡은 사람은 영화 기생충으로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음악감독 정재일입니다. 정재일은 오징어 게임에서 리코더를 활용한 기괴하면서도 동심을 자극하는 오리지널 스코어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소름 돋는 음악적 장치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게임장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들이죠.
하이든 – 트럼펫 협주곡 3악장 (기상 음악)
| '오징어게임' 기상장면 |
드라마 속 모든 에피소드에서 게임 참가자들의 잠을 깨우는 모닝콜로 등장하는 곡. 바로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의 트럼펫 협주곡 내림 E장조 3악장입니다. 한국의 80~90년대생이라면 이 멜로디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실 텐데, 바로 TV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수십 년간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하이든이 이 곡을 작곡한 것은 1796년, 그의 나이 64세 때였습니다. 당시 빈 궁정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주자 안톤 바이딩거(Anton Weidinger)가 새로 개량된 키 트럼펫을 가지고 찾아와 곡을 의뢰했고, 하이든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트럼펫 협주곡을 써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 사이를 뚫고 나오는 트럼펫 솔로의 청량한 음색이 인상적인 이 곡은, 원래 용맹함과 승리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서 이 곡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쪽잠을 자던 456명의 참가자들이 이 경쾌한 트럼펫 소리에 억지로 눈을 뜨는 장면. 승리를 축하하는 팡파르가 아니라, 또 다른 죽음의 게임이 시작된다는 신호로 변질된 것이죠. 원래의 의미와 극중 사용의 괴리, 바로 이 지점에서 정재일 음악감독의 위트가 빛납니다.
슈트라우스 2세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계단 이동 장면)
참가자들이 마치 사형대로 끌려가는 죄수들처럼 줄지어 계단을 이동하는 장면. 이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곡이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önen blauen Donau)'입니다.
이 곡의 역사적 배경을 알면 아이러니가 한층 깊어집니다. 19세기 빈에서 왈츠는 본래 서민들의 민속 춤곡이었지만, 점차 부르주아 사교계를 대표하는 문화로 변모했습니다. 상류층의 전유물이 된 음악이 사실 서민의 것이었다는 역설. 오징어 게임의 핵심 주제인 계급 불평등, 가진 자들의 유희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의 비극과 정확히 겹치는 맥락이죠. 게임장의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이 음악을 틀어놓는 것은, 참가자들을 '게임의 말'로 취급하면서도 겉으로는 우아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잔혹한 위선을 보여 줍니다.
차이콥스키 –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식사 시간)
| '오징어게임' 식사 장면 |
배를 간신히 채울 정도의 적은 양의 음식이 주어지는 식사 시간에 흐르는 곡은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Tchaikovsky)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Strings) 2악장입니다. 현악기만으로 구성된 이 곡은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연주할 때 천진난만한 경쾌함이,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이어받을 때는 중후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인데, 이 대비 자체가 게임장 안에서 벌어지는 생존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오징어 게임에서 클래식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잔혹한 현실을 우아한 겉모습으로 포장하는 시스템 자체를 상징하는 장치입니다. 이 점을 인식하고 다시 보면, 스피커에서 클래식이 흘러나올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시청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기생충〉 – 계급을 꿰뚫는 오페라의 칼날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 영화에서도 음악감독 정재일은 클래식 음악을 놀라울 만큼 치밀하게 활용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화 속에서 흐르는 바로크풍 음악 중 상당수가 정재일이 직접 작곡한 '짝퉁 클래식'이라는 사실입니다. 기택 가족이 박사장 가족을 속이듯, 음악도 관객을 교묘하게 속이고 있는 셈이죠. 진짜 클래식과 가짜 클래식이 뒤섞이면서 영화의 핵심 주제인 '기생'의 의미가 음악적으로도 구현됩니다.
헨델 – 오페라 〈로델린다〉의 아리아들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진짜 클래식 음악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의 오페라 〈로델린다(Rodelinda)〉에서 가져왔습니다. 새 가정부가 된 충숙이 과외하는 아들 기우에게 과일을 당당히 가져다주는 장면에서 2막의 아리아 '냉혹한 자들이여, 나는 맹세하노라(Spietati, io vi giurai)'가 흘러나옵니다.
여기서 소름 돋는 건, 오페라 〈로델린다〉의 스토리가 영화 기생충의 구조와 놀라울 만큼 겹친다는 점입니다. 왕위를 빼앗긴 왕, 그 왕좌를 노리는 야심가, 기회를 엿보는 자문관. 서로 다른 계층의 인물들이 하나의 공간을 둘러싸고 기생하며 충돌하는 구도가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300년 전 오페라의 서사와 현대 한국 사회의 계급 갈등이 겹쳐지는 이 설정을 찾아낸 제작진의 안목이 정말 놀랍습니다.
영화 후반, 정원 파티 장면에서는 초대된 소프라노가 같은 오페라의 3막 아리아 '나의 사랑하는 이여(Mio caro bene)'를 부릅니다. 원래 이 아리아는 왕비 로델린다가 사랑하는 남편을 되찾은 기쁨을 노래하는 행복의 절정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아름다운 아리아가 절정에 이르는 바로 그 순간, 지하에서 올라온 근세가 칼을 들고 정원에 나타나면서 행복은 순식간에 폭력으로 전복됩니다.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는 순간에 가장 잔혹한 반전이 터지는 이 구성은,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음악 연출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합니다.
감상 포인트: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보기
기생충을 다시 보실 때 한 가지 재미있는 감상법을 추천드립니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클래식풍 음악이 진짜 클래식인지, 정재일이 만든 짝퉁 클래식인지 구별해 보는 겁니다. 기택 가족이 박사장 집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흐르는 바로크풍 음악은 대부분 정재일의 창작곡입니다. 진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가짜. 마치 기택 가족의 신분 위장처럼요. 반면, 영화의 결정적 전환점에서는 헨델의 진짜 오페라가 등장합니다. 이 구분을 인식하면 음악이 영화의 서사를 어떻게 보강하는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이실 겁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 K-드라마 클래식 붐의 원조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이 클래식 음악을 서사적 장치로 활용했다면, 2008년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 음악 자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은, 방영 당시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죠.
드라마가 쏘아 올린 클래식 명곡들
김명민이 연기한 독설가 천재 지휘자 '강마에'가 지휘하는 장면마다 주옥같은 클래식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드라마 제목의 유래이기도 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3악장(게임 음악 '베토벤 바이러스'의 원곡), 최종화 공연에서 강마에의 지휘로 연주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4악장, 오디션 장면의 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바이올린 듀오가 연주하는 비발디 사계 '여름' 3악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눈물을 자아낸 장면들은 모두 클래식 명곡과 함께했습니다. 첼리스트 정희연이 20년 만에 다시 악기를 잡고 연주에 참여하는 장면의 엘가 '사랑의 인사', 갑용이 길거리에서 외로이 연주할 때 동료들이 하나둘 합류하는 장면의 헨델 '울게 하소서', 그리고 루미가 스메타나의 현악 4중주 '나의 생애로부터' 4악장을 들으며 실제 스메타나가 청력을 잃을 때 들었다는 E음이 나오는 부분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장면까지.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이라도 이 장면 설명만 읽으면 한번 찾아보고 싶어지지 않으시나요?
강마에와 함께 들어야 할 추천 클래식
베토벤 바이러스는 총 2장의 클래식 OST 앨범을 별도로 발매할 정도로 삽입곡이 방대했습니다. 그중 드라마의 감정선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곡들을 꼽아 보겠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환희의 송가' – 10회에서 강마에 지휘로 연주되는 이 곡은, 오합지졸 오케스트라가 마침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오 친구들이여, 이러한 소리가 아니다! 우리들은 좀 더 기쁜 노래를 부르자!"라는 가사가 드라마 속 인물들의 여정과 정확히 겹치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2악장 – 이 악장의 유명한 잉글리시 호른 선율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를 담고 있는데, 드라마 속에서 꿈을 포기한 채 현실에 매몰되어 살던 인물들이 다시 음악을 향해 돌아오는 여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요제프 슈트라우스 폴카 '근심 걱정 없이' – 최종화 엔딩에서 건우가 지휘하는 이 경쾌한 폴카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음악이 주는 순수한 기쁨을 잊지 말자는 드라마의 마지막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해외 넷플릭스 속 클래식 – 〈브릿저튼〉, 〈퀸스 갬빗〉
클래식 음악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해외 넷플릭스 작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두 작품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죠.
브릿저튼 – 팝송을 클래식으로 편곡한 혁신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브릿저튼(Bridgerton)은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무도회 장면에서 현악 4중주가 연주하는 곡들이 사실은 빌리 아일리시, 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의 팝송을 클래식 스타일로 편곡한 것이라는 반전이 숨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시즌 1에서 다프네와 사이먼 공작이 무도회에서 눈빛을 교환하는 결정적 장면에는 비타민 스트링 콰르텟(Vitamin String Quartet)이 편곡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가 현악 4중주로 흘러나옵니다. 관객은 겉으로 19세기의 우아한 무도회를 보면서도, 귀에는 익숙한 21세기 팝 멜로디가 들리는 시대의 이중 코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연출은 시대극이면서도 현대적 감수성을 놓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죠.
브릿저튼의 이 접근법은 클래식 음악 입문에도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분들에게 이미 좋아하는 팝송의 선율을 현악기로 들려주는 것만큼 좋은 입문 방법이 또 있을까요? 실제로 브릿저튼 방영 이후 비타민 스트링 콰르텟의 스트리밍 횟수가 급증했고, 결혼식 피로연에서 팝송을 현악 4중주로 연주하는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도 했습니다.
퀸스 갬빗 – 체스와 클래식의 지적 교감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은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천재 체스 기사 베스 하몬의 성장을 그린 넷플릭스 미니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의 음악 감독 카를로스 라파엘 리베라(Carlos Rafael Rivera)는 체스 경기의 지적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전략적으로 배치했습니다.
베스가 체스판 앞에서 집중하는 장면마다 등장하는 바흐의 건반 음악은 수학적 질서와 논리적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체스의 수를 계산하는 주인공의 두뇌 활동과 바흐 음악의 정교한 대위법 구조가 겹쳐지면서, 관객도 함께 지적 몰입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죠. 반면 베스가 약물에 의존하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쇼팽의 발라드나 낭만파 음악이 흘러나오며 이성과 감정 사이의 갈등을 표현합니다.
퀸스 갬빗이 방영된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체스 세트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덜 알려진 사실은, 작품 속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들의 스트리밍 수치도 함께 급상승했다는 점이죠. 드라마 한 편이 체스와 클래식 음악이라는 두 개의 '어려운 취미'에 대한 대중의 진입 장벽을 동시에 낮춰 버린 셈입니다.
드라마·영화별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한눈에 보기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의 클래식 삽입곡을 한눈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각 곡을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에서 검색하시면 바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작품 | 장면 | 클래식 음악 |
|---|---|---|
| 오징어 게임 | 기상 음악 | 하이든 – 트럼펫 협주곡 3악장 |
| 계단 이동 | 슈트라우스 2세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 |
| 식사 시간 | 차이콥스키 –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 |
| 기생충 | 집 침투 장면 | 헨델 – 로델린다 中 '냉혹한 자들이여' |
| 정원 파티 | 헨델 – 로델린다 中 '나의 사랑하는 이여' | |
| 베토벤 바이러스 | 오디션 장면 | 사라사테 – 치고이네르바이젠 |
| 동료 합류 장면 | 헨델 – 울게 하소서 (리날도) | |
| 야외 무료 공연 | 스메타나 – 몰다우 | |
| 최종 공연 | 베토벤 – 교향곡 5번 '운명' 4악장 | |
| 브릿저튼 | 무도회 장면들 | 팝송의 현악 4중주 편곡 (비타민 스트링 콰르텟) |
| 퀸스 갬빗 | 체스 집중 장면 | 바흐 건반 음악, 쇼팽 발라드 |
보너스: 이 장면에서도 클래식이!
위 작품 외에도 클래식 음악이 인상적으로 사용된 한국 영화·드라마가 더 있습니다.
올드보이(2003) – 오대수가 복수를 위해 박철웅의 이를 뽑는 장면에서 비발디 사계 중 '겨울' 1악장이 흘러나옵니다. 매서운 바람을 표현한 격렬한 바이올린 선율이 폭력적 장면과 충돌하며 기묘한 미학을 만들어 냅니다.
밀양(2007) – 전도연이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신애가 경험하는 종교적 갈등의 순간마다 바흐의 종교 음악이 깔리며, 믿음과 배신 사이의 감정적 진폭을 극대화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은 클래식 곡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A1. Shazam 앱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곡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경 대사나 효과음이 섞이면 인식률이 떨어지므로, 해당 드라마의 나무위키 '음악' 항목이나 IMDb의 'Soundtrack' 섹션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2. 클래식 음악이 가장 많이 삽입된 K-드라마는?
A2. 단연 〈베토벤 바이러스〉입니다. 클래식 OST만 별도로 2장(총 4CD)이 발매될 정도로 삽입곡이 방대했습니다. 최근작 중에서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클래식 삽입곡의 화제성 면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Q3. 이런 드라마·영화 속 클래식을 쉽게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나요?
A3. 스포티파이에서 "Classical Music in K-Drama", "Classical Music in Movies"로 검색하면 관련 플레이리스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애플 뮤직 클래식 앱에서도 '영화 속 클래식' 큐레이션을 제공합니다.
Q4. 클래식 초보인데, 이 글에 나온 곡부터 들어도 될까요?
A4. 오히려 최고의 입문 방법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들으면 곡에 대한 감정적 연결고리가 이미 만들어져 있어, 순수하게 음악만 들을 때보다 몰입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Q5. 기생충에서 정재일의 짝퉁 클래식과 진짜 클래식을 구별하는 팁이 있나요?
A5. 정재일의 창작곡은 바로크 양식을 모방하되, 미세하게 현대적인 화성이 섞여 있어 묘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이에 반해 헨델의 진짜 아리아는 성악 가수의 목소리와 함께 등장하므로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스토리에 집중하는 사람, 배우의 연기에 몰입하는 사람, 영상미를 즐기는 사람. 하지만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전혀 새로운 차원의 감상이 열립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이 삽입된 장면들은, 감독이 대사로는 차마 말하지 못한 숨은 메시지를 음악에 실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후 다음번에 넷플릭스를 켤 때, 혹시 익숙한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감독이 왜 이 장면에 이 음악을 골랐을까?" 그 질문 하나가, 여러분을 단순한 시청자에서 작품을 읽어 내는 감상자로 변화시켜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