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 귄트 줄거리와 모음곡 – 아침·산왕의 궁전에서·솔베이지의 노래

페르 귄트는 노르웨이 작가 입센이 1867년에 쓴 극이고, 우리가 듣는 '아침'과 '산왕의 궁전에서'는 그리그가 이 극에 붙인 부수음악(Op.23)을 추린 모음곡 1번·2번의 곡입니다. 음악은 1876년 2월 크리스티아니아(지금의 오슬로)에서 연극과 함께 초연됐습니다.

페르 귄트 줄거리와 모음곡 – 아침·산왕의 궁전에서 명곡 해설 썸네일

플루트가 부드럽게 여는 '아침', 낮은 현악기가 살금살금 걷다 폭주하는 '산왕의 궁전에서'. 제목은 몰라도 광고나 만화 영화에서 한 번쯤 들어 본 멜로디입니다.

그런데 이 두 곡이 같은 이야기 속 음악이라는 것, '아침'이 노르웨이 피오르가 아니라 모로코 사막의 새벽을 그린 곡이라는 것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할로윈 무렵 '할로윈 영화 OST 그리그'를 찾는 분이 많은데, 그 곡이 바로 산왕의 궁전에서입니다.

이 글은 5막 줄거리를 곡과 연결해 따라가고, 모음곡 1번·2번 곡 목록과 산왕의 궁전에서 감상 타임라인, 영화 속 쓰임과 솔베이지의 노래까지 정리합니다.

🎼 30초 요약

  • 원작: 헨리크 입센의 극시 「페르 귄트」(1867년 출판, 5막)
  • 음악: 에드바르 그리그의 부수음악 Op.23, 1874~1875년 작곡, 1876년 2월 24일 크리스티아니아 초연
  • 모음곡 1번 Op.46(1888): 아침 – 오세의 죽음 – 아니트라의 춤 – 산왕의 궁전에서
  • 모음곡 2번 Op.55(1893 출판):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 – 아랍의 춤 – 페르 귄트의 귀향 – 솔베이지의 노래
  • '아침'은 주인공이 모로코 사막에서 맞는 새벽을 그린 곡
  • 산왕의 궁전에서는 그리그가 "차마 들을 수가 없다"고 편지에 썼던 곡이자, 영화 「M」(1931)·「소셜 네트워크」(2010)에 쓰인 곡

📋 목차

  1. 페르 귄트는 어떤 작품인가요?
  2. 입센의 극과 그리그의 부수음악 Op.23 – 1876년 초연까지
  3. 페르 귄트 줄거리 – 5막을 음악과 함께 따라가기
  4. 페르 귄트 아침은 노르웨이의 아침이 아닌가요?
  5. 산왕의 궁전에서 감상 타임라인 – 점점 빠르게, 점점 세게
  6. 그리그는 왜 산왕의 궁전에서를 싫어했을까요?
  7. 할로윈 영화 OST 속 그리그 – 「M」부터 「소셜 네트워크」까지
  8. 솔베이지의 노래 – 평생을 기다린 노래와 결말
  9. 처음 듣는 분을 위한 감상 순서와 연주 검색어
  10. 페르 귄트 모음곡 1번·2번 곡 목록 한눈에 보기
  11. 자주 묻는 질문 (FAQ)
  12. 마치며
  13. 참고 자료
  14. 함께 보면 좋은 글

페르 귄트는 어떤 작품인가요?

페르 귄트는 허풍쟁이 시골 청년 페르가 세상을 떠돌며 '진짜 나'를 찾다가 늙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이고, 클래식에서 '페르 귄트'라고 하면 보통 이 극을 위해 그리그가 쓴 음악을 가리킵니다.

원작자는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 작곡가는 같은 노르웨이의 에드바르 그리그입니다.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와 함께 그리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극음악, 부수음악, 모음곡은 무엇이 다를까?

부수음악은 연극 공연에 곁들이는 음악으로, 막 사이 전주곡과 장면 속 춤·노래·배경 음악이 모두 들어갑니다. 그리그의 「페르 귄트」 Op.23이 바로 이 부수음악입니다.

모음곡은 그 가운데 인기 있는 곡을 골라 연주회용으로 다시 엮은 것입니다. 그리그는 Op.23에서 네 곡씩 뽑아 모음곡 1번(Op.46)과 2번(Op.55)을 만들었고, 공연장과 음반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형태가 이 모음곡입니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도 같은 경우로, 결혼행진곡이 원래 연극 음악이었던 이야기는 멘델스존 결혼행진곡과 한여름 밤의 꿈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입센의 극과 그리그의 부수음악 Op.23 – 1876년 초연까지

입센은 1867년에 페르 귄트를 '읽는 극시'로 썼고, 1874년 1월 무대 공연을 준비하며 그리그에게 음악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그는 1874년부터 1875년까지 곡을 썼고, 연극은 1876년 2월 24일 크리스티아니아 극장에서 그의 음악과 함께 초연됐습니다.

입센은 처음에 무대를 생각하지 않았다

영어 위키백과의 「페르 귄트」 항목에 따르면 입센은 1867년 1월에 집필을 시작해 같은 해 10월에 마쳤습니다. 1·2막은 로마, 3막은 이스키아섬, 나머지는 소렌토에서 썼습니다.

책은 그해 11월 코펜하겐의 출판사 귈렌달에서 1,250부로 나왔습니다.

입센은 지인에게 "이 작품은 공연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장면이 노르웨이 산골에서 모로코, 이집트, 난파선까지 바뀌니 그럴 만합니다.

이야기의 뿌리는 아스비에른센이 모은 노르웨이 민담이고, 어머니 오세에게는 입센 자신의 어머니 모습을 담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주제" – 그리그의 고생

그리그는 1874년 8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을까지 끝내기 어렵겠다며 "끔찍하게 다루기 힘든 주제"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서정 소품에 강했던 그에게 트롤과 사막이 뒤섞인 대작은 버거운 과제였습니다.

초연은 크게 성공했지만 그리그의 불만은 남았습니다. 스웨덴 출신 극장 운영진이 곡마다 길이와 순서를 정해 주는 바람에 "땜질하듯 짜 맞출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초연 연출은 루드비 요셉손(Ludvig Josephson)이, 지휘는 극장 악장 요한 헨눔(Johan Hennum)이 맡았습니다. 그리그가 직접 지휘했다고 소개하는 글도 있지만, 공연사 연구에서는 헨눔을 초연 지휘자로 봅니다.

그리그 사후에야 빛을 본 전곡

Op.23은 전주곡·춤·노래·합창·멜로드라마를 합쳐 26곡 안팎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판본마다 곡을 나누는 방식이 달라 음반에 따라 30곡이 넘게 실리기도 합니다.

그리그 생전에는 모음곡만 널리 퍼졌고, 극음악 전체 악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08년에야 출판됐습니다. 전곡 연주는 1980년대 이후에야 자리 잡았으니, 음반을 고를 때 '전곡'과 '모음곡'을 구분하세요.

페르 귄트 줄거리 – 5막을 음악과 함께 따라가기

페르 귄트 줄거리 – 새벽 안개가 낀 노르웨이 피오르와 산골 오두막 그림

페르 귄트 줄거리는 '신부를 훔쳐 달아난 청년이 트롤 왕국과 사막을 거쳐 늙은이가 되어 돌아오고, 평생 기다려 준 솔베이지 곁에서 구원받는 이야기'로 요약됩니다. 막마다 어떤 곡이 흐르는지 알면 모음곡 순서가 왜 뒤섞여 있는지도 보입니다.

1막 – 허풍쟁이 페르, 남의 결혼식에 가다

페르는 어머니 오세에게 사슴을 타고 산등성이를 날았다는 허풍을 늘어놓는 젊은이입니다. 그는 마을 처녀 잉그리드의 결혼식에 불청객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순수한 처녀 솔베이지를 처음 만납니다. 1막에는 결혼식 행렬 음악과 노르웨이 민속춤이 흐릅니다.

2막 – 신부 납치, 그리고 트롤의 궁전

페르는 결혼식 날 신부 잉그리드를 데리고 산으로 달아났다가 금세 버립니다. 이 장면의 전주곡이 모음곡 2번 첫 곡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입니다. 마을에서 쫓겨난 페르는 산에서 녹색 옷을 입은 여인을 만나는데, 그녀는 트롤의 왕 도브레 산왕의 딸입니다.

공주를 따라 들어간 산속 궁전에서 울리는 곡이 바로 '산왕의 궁전에서'입니다. 산왕은 딸과 결혼하려면 트롤이 되라고 요구하고, 페르가 거절하자 트롤 무리가 그를 쫓습니다. 교회 종소리가 울려 페르는 겨우 살아납니다.

3막 – 솔베이지의 집, 오세의 죽음

숲속에 오두막을 지은 페르에게 솔베이지가 가족을 버리고 찾아옵니다. 하지만 트롤 공주가 페르의 아이라며 흉측한 아이를 데리고 나타나자, 페르는 솔베이지를 남겨 둔 채 떠납니다.

떠나기 전 그는 죽어 가는 어머니 오세의 곁을 지키며, 침대를 썰매 삼아 동화 속 성으로 달려가는 상상 여행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때의 음악이 현악기만으로 된 '오세의 죽음'입니다.

4막 – 모로코, 아라비아, 이집트를 떠돌다

세월이 흘러 페르는 노예 무역 등으로 부자가 된 중년 사업가로 등장합니다. 모로코 해안에서 동업자들에게 배와 재산을 빼앗기고 사막에 홀로 남은 그가 맞는 새벽이 '아침'입니다.

이후 페르는 베두인 부족에게 예언자로 떠받들어지고, 족장의 딸 아니트라가 그 앞에서 춤을 춥니다. '아랍의 춤'과 '아니트라의 춤'이 이 대목입니다.

아니트라는 결국 페르의 재물을 챙겨 달아나고, 페르는 카이로의 정신병원에서 '자아의 황제'로 추대되기까지 합니다.

그사이 멀리 북쪽 산골에서는 솔베이지가 오두막을 지키며 노래합니다. 이것이 '솔베이지의 노래'입니다.

5막 – 폭풍의 귀향과 마지막 구원

늙은 페르는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오다 폭풍을 만나 난파합니다. 모음곡 2번의 '페르 귄트의 귀향'이 이 거친 바다를 그립니다. 고향에서 그는 영혼을 녹여 다시 쓰겠다는 '단추 주조공'과 마주치며 자신이 한 번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마지막에 페르가 돌아간 곳은 백발이 된 솔베이지의 오두막입니다(자세한 결말은 아래 솔베이지의 노래 부분에서 다룹니다).

페르 귄트 아침은 노르웨이의 아침이 아닌가요?

페르 귄트 아침 – 모로코 사막에서 해가 구름을 뚫고 떠오르는 새벽 그림

아닙니다. 페르 귄트 '아침'은 4막에서 주인공이 모로코 사막에서 맞는 새벽을 그린 곡이고, 노르웨이 피오르의 해돋이를 묘사한 음악이 아닙니다. 모음곡으로 떼어 듣다 보니 북유럽 풍경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뿐입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아침의 기분(Morning Mood)」 항목도 이 곡을 4막 해돋이 장면의 음악으로 설명합니다.

무대 지시문은 "새벽. 아카시아와 야자나무"로 시작하고, 동료들에게 버림받은 페르는 나무 위에서 원숭이들을 나뭇가지로 쫓고 있습니다. 음악은 우아한데 장면은 꽤 우스꽝스럽습니다.

그리그가 그린 '해가 구름을 뚫는 순간'

LA 필하모닉의 곡 해설에 따르면 그리그는 "첫 번째 포르테(세게)에서 해가 구름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썼습니다.

곡은 마장조, 8분의 6박자, '알레그레토 파스토랄레(조금 빠르게, 목가적으로)'입니다. 대략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연주마다 다름).

  • 0:00 무렵 – 플루트가 5음 음계(펜타토닉) 선율을 꺼내고, 오보에가 이어받으며 둘이 번갈아 부릅니다.
  • 0:40 무렵 – 현악기가 합류하며 선율이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 오케스트라 전체가 처음으로 크게 울립니다. 그리그가 말한 '해가 구름을 뚫는' 순간입니다.
  • 중반 – 첼로가 선율을 깊은 소리로 노래하고, 조성이 여러 번 바뀌며 빛의 색깔이 변하는 듯한 대목이 이어집니다.
  • 후반 – 호른이 주제를 부드럽게 불고, 플루트의 떨림(트릴)이 새소리처럼 남은 뒤 조용히 끝납니다. 전체 길이는 약 4분입니다.

아침 시간에 어울리는 다른 클래식이 궁금하다면 아침 클래식 추천 BEST 5 – 출근길 기분 좋게 여는 명곡도 참고해 보세요.

산왕의 궁전에서 감상 타임라인 – 점점 빠르게, 점점 세게

산왕의 궁전에서 – 횃불이 비추는 산속 트롤 궁전을 그린 동화풍 그림

산왕의 궁전에서는 짧은 주제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면서 속도와 음량만 계속 끌어올리는 곡입니다. 길이는 2분 30초 안팎입니다.

곡명은 노르웨이어로 'I Dovregubbens hall', 직역하면 '도브레 산왕의 궁전에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왕의 궁전에서',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산의 마왕 궁전에서'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됩니다. 조성은 나단조입니다.

시간(대략)들리는 악기들을 포인트
0:00~0:20호른의 긴 음, 첼로·더블베이스·바순아주 여리고 느리게 시작. 줄을 손가락으로 뜯는 피치카토로 '발끝 걸음'을 그림
0:20~0:45저음 현·바순같은 주제가 5도 위로 옮겨 가며 반복. 낯선 음 하나가 섞여 음산한 느낌이 짙어짐
0:45~1:20바이올린·목관주제가 높은 음역으로 올라가고 악기가 늘어남. 트롤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대목
1:20~1:55현·목관·금관높은 악기와 낮은 악기가 엇갈리다 같은 음에서 부딪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짐
1:55~2:20관현악 전체, 심벌즈·큰북아주 빠르게(프레스티시모), 가장 크게. 트롤 무리가 페르를 쫓는 추격전
2:20~끝팀파니 롤, 전체 합주선율이 사라지고 화음만 내리꽂힘. 사이사이 팀파니가 여리게에서 아주 세게로 치솟은 뒤 마지막 화음

시간은 지휘자에 따라 2분 남짓부터 3분 가까이까지 차이가 납니다.

같은 주제, 다른 옷 – 반복의 힘

그리그는 새 선율을 거의 더하지 않고 악기·음역·속도·음량만 바꿔 긴장을 쌓습니다. 같은 리듬에 악기만 더해 가는 라벨의 곡과 비교해 볼 만한데, 그 이야기는 라벨 볼레로 해설 – 반복되는 리듬 속 혁신과 감상 포인트에 정리했습니다.

원래 극음악에는 트롤의 합창이 있었다

모음곡 1번의 산왕의 궁전에서는 관현악만으로 연주됩니다. 하지만 Op.23 원곡에서는 트롤들이 합창으로 끼어들어, 산왕의 딸을 꾀어낸 '기독교도의 아들' 페르를 죽이라고 외칩니다. 전곡 음반으로 들으면 같은 곡이 훨씬 거칠고 연극적입니다.

그리그는 왜 산왕의 궁전에서를 싫어했을까요?

그리그가 작곡 무렵 친구에게 "소똥 냄새와 지나친 노르웨이주의가 풍겨 차마 들을 수가 없다"는 취지의 편지를 썼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이러니가 전해지기를 바란다"는 말이 함께 있어, 단순한 혐오보다 의도된 풍자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편지에 남은 그리그의 말

LA 필하모닉의 곡 해설에 따르면 그리그는 1874년 여름 친구 프란츠 베이에르(Frants Beyer)에게 "도브레의 트롤 왕 궁전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었는데, 말 그대로 나도 듣고 있을 수가 없다"고 썼고, "그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같은 편지를 좀 더 길게 옮깁니다. 곡에서 "소똥 냄새, 극단적인 노르웨이주의, '너 자신으로 족하라' 식의 기질"이 풍긴다는 내용입니다. 날짜는 자료마다 달라 '1874년 여름 무렵'으로 적었습니다.

'너 자신으로 족하라'는 트롤의 좌우명

이 표현은 극 2막의 핵심 대사와 이어집니다. 산왕은 페르에게 인간과 트롤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인간은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하지만, 트롤은 "트롤아, 너 자신으로 족하라"라고 말한다는 것이죠.

트롤은 남이야 어떻든 자기만 만족하면 그만인 존재입니다. 입센이 이 트롤로 당시 노르웨이 사회의 편협한 자기만족을 꼬집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그리그의 투박하고 우스꽝스러운 음악도 이 풍자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그렇게 쓴 곡이 지금은 그리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됐다는 점이 아이러니입니다.

할로윈 영화 OST 속 그리그 – 「M」부터 「소셜 네트워크」까지

'할로윈 영화 OST 그리그'로 찾는 곡은 대부분 산왕의 궁전에서입니다. 이 곡은 1931년 독일 영화 「M」에서 연쇄살인범의 휘파람으로 쓰이면서 '무언가 다가오는 공포'를 상징하는 음악이 됐고, 이후 수많은 영화·애니메이션·게임에 쓰였습니다.

「M」(1931) – 휘파람이 범인을 드러내다

프리츠 랑 감독의 「M」은 랑의 첫 유성 영화입니다. 피터 로레가 연기한 살인범 한스 베케르트는 산왕의 궁전에서 선율을 휘파람으로 붑니다. 화면에 그가 보이지 않아도 휘파람만 들리면 관객은 그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결국 이 휘파람을 기억한 눈먼 풍선 장수가 범인을 알아보고, 범인의 외투에 분필로 'M' 자가 찍히면서 추적이 시작됩니다.

오페라의 '주도 동기(라이트모티프)' 기법을 영화에 쓴 이른 사례로 꼽힙니다. 로레가 휘파람을 불지 못해 실제 소리는 랑 감독이 직접 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소셜 네트워크」(2010) – 조정 경기 장면의 전자음 편곡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산왕의 궁전에서를 전자음으로 편곡했습니다. 윙클보스 쌍둥이가 영국 헨리 로열 레가타 조정 경기에서 아슬아슬하게 지는 장면에 흐르며, 사운드트랙 12번 트랙(2분 21초)에 실려 있습니다.

핀처 감독이 웬디 카를로스의 신시사이저 버전을 참고해 보자고 제안했고, 이 편곡에만 4주가 걸렸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습니다.

그 밖의 쓰임

  • 「국가의 탄생」(1915) – 애틀랜타 공격 장면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데 쓰였습니다.
  • 더 후(The Who) – 1967년에 록 버전으로 녹음했고, 1995년 재발매 음반에 실렸습니다.
  • 애니메이션 – 1981년 「개구쟁이 스머프」 시리즈, 1993년 「소닉 더 헤지호그」 TV 애니메이션(오프닝 테마)에 쓰였습니다.

오싹한 클래식을 더 찾는다면 할로윈 클래식 추천 12곡과 해골의 춤을 그린 생상스 죽음의 무도 해설을 이어서 들어 보세요. 산속에서 아이를 노리는 존재라는 점에서 슈베르트 마왕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솔베이지의 노래 – 평생을 기다린 노래와 결말

솔베이지의 노래는 떠난 페르를 기다리는 솔베이지가 "겨울이 가고 봄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당신은 꼭 돌아올 것"이라고 노래하는 곡입니다. 원래 극에서는 소프라노가 부르고, 모음곡 2번에서는 노래 없이 관현악으로 연주됩니다.

노르웨이어 가사는 입센이 썼습니다. 계절과 세월이 흘러가도 약속대로 기다리겠다, 하느님이 당신의 길을 지켜 주시길, 만약 당신이 먼저 하늘에 있다면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내용입니다.

단조의 노래, 장조의 후렴

노래는 가단조의 쓸쓸한 절로 시작해 장조로 바뀌는 후렴으로 넘어갑니다. 후렴에서는 가사 없이 '아' 소리로 길게 이어지는 선율이 나오는데, 노르웨이 산골에서 소를 부르던 목동의 소리를 닮았다는 해설도 있습니다. 절과 후렴은 두 번 반복됩니다.

'솔베이그의 노래'로도 불리며, 'Solveig's Song soprano'로 검색하면 여러 가수의 무대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극의 결말과 자장가

극의 마지막에 늙은 페르는 백발이 된 솔베이지를 다시 찾아갑니다. "나는 어디에 있었느냐"는 페르의 물음에 솔베이지는 "내 믿음과 희망과 사랑 속에" 있었다고 답하고, 그를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부릅니다. 그리그는 이 대목에 '솔베이지의 자장가'를 따로 썼습니다.

처음 듣는 분을 위한 감상 순서와 연주 검색어

처음이라면 모음곡 1번(15분 안팎)을 먼저 통째로 듣고, 다음에 모음곡 2번, 마지막으로 극의 순서대로 엮은 발췌·전곡 음반을 듣는 순서를 권합니다. 모음곡은 극의 순서가 아니라 연주회 효과를 기준으로 곡을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모음곡 1번 속 나머지 두 곡

오세의 죽음은 현악기만으로 연주하는 3분 남짓한 곡입니다. 약음기를 낀 현이 같은 음형을 조금씩 올려 가며 숨을 고르듯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사라지듯 끝납니다.

아니트라의 춤은 현악기와 트라이앵글이 만드는 가벼운 춤곡입니다. 마주르카풍 3박자 리듬 위로 바이올린이 미끄러지듯 움직입니다. LA 필하모닉 해설에 인용된 편지에서 그리그는 이 곡이 "섬세하고 아름답게 들리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썼습니다.

모음곡 2번 듣기 포인트

2번은 거친 신부의 약탈로 시작해 이국적인 아랍의 춤, 폭풍의 바다를 그린 귀향을 지나 솔베이지의 노래에서 비로소 잠잠해집니다. 극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배치입니다.

2번에는 원래 다섯 번째 곡으로 '산왕 딸의 춤'이 있었지만, 그리그가 나중에 이 곡을 빼서 지금의 네 곡이 됐습니다.

추천 연주 검색어

  • Grieg Peer Gynt Suite Beecham – 토머스 비첨과 로열 필하모닉의 1950년대 녹음. 모음곡의 고전적인 명반으로 자주 꼽힙니다.
  • Grieg Peer Gynt Karajan –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모음곡 녹음. 풍성하고 매끈한 관현악을 듣기 좋습니다.
  • Grieg Peer Gynt complete Järvi – 네메 예르비의 전곡 녹음. 합창과 독창이 들어간 원래 극음악을 들어 볼 수 있습니다.

음원 앱에서는 'Peer Gynt'로 찾을 때 결과가 훨씬 많습니다. 공연장에서 처음 듣는다면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 총정리를 보고 가면 바순과 첼로가 산왕의 궁전에서 첫 주제를 어디서 연주하는지 눈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페르 귄트 모음곡 1번·2번 곡 목록 한눈에 보기

모음곡 1번과 2번의 여덟 곡을 원래 극의 장면과 감상 포인트로 정리했습니다. 길이는 연주에 따라 달라지는 대략값입니다.

모음곡곡명(조성)극의 장면감상 포인트
1번 Op.46 ①아침(마장조)4막, 모로코 사막의 새벽플루트·오보에가 주고받는 5음 음계 선율, 첫 포르테의 해돋이
1번 ②오세의 죽음(나단조)3막, 어머니 오세의 임종현악기만으로 연주, 숨을 고르듯 올라가는 화음
1번 ③아니트라의 춤(가단조)4막, 베두인 족장 딸의 춤현과 트라이앵글, 마주르카풍 3박자
1번 ④산왕의 궁전에서(나단조)2막, 도브레 산왕의 궁전한 주제를 반복하며 점점 빠르게·세게, 마지막 팀파니
2번 Op.55 ①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사단조)2막 전주곡, 신부를 데려간 뒤격렬한 도입 뒤 흐느끼는 현악 선율
2번 ②아랍의 춤(다장조)4막, 예언자로 추대된 페르 앞의 춤피콜로와 타악기의 이국적인 색채
2번 ③페르 귄트의 귀향(올림바단조)5막 전주곡, 폭풍의 바다몰아치는 현과 금관, 거친 파도 묘사
2번 ④솔베이지의 노래(가단조)4막 등, 오두막에서 기다리는 솔베이지단조의 절과 장조의 후렴, 모음곡에선 노래 없이 관현악

모음곡 1번은 1888년에, 2번은 1891~1892년 무렵 손봐 1893년에 출판됐습니다. 1번 전체는 13~15분, 2번은 17분 안팎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페르 귄트 아침과 산왕의 궁전에서는 같은 곡에 들어 있나요?

네. 둘 다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1번(Op.46)에 들어 있습니다. 1번은 아침 – 오세의 죽음 – 아니트라의 춤 – 산왕의 궁전에서 순서라, 가장 평화로운 곡으로 시작해 가장 격렬한 곡으로 끝납니다.

할로윈 영화 OST로 나오는 그리그 곡 제목이 뭔가요?

대부분 '산왕의 궁전에서(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입니다. 1931년 영화 「M」에서 살인범의 휘파람으로,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전자음 편곡으로 쓰였습니다. 영문 제목으로 검색하면 원곡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산왕의 궁전에서와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는 같은 곡인가요?

같은 곡입니다. 노르웨이어 원제 'I Dovregubbens hall'의 '도브레구벤(도브레 산의 늙은 왕)'을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 산왕, 산속 마왕, 산의 마왕 등으로 번역이 갈렸을 뿐입니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과는 다른 곡입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 1번과 2번은 어떻게 다른가요?

1번(Op.46, 1888)은 아침이 든 밝고 유명한 네 곡, 2번(Op.55, 1893 출판)은 신부의 약탈부터 솔베이지의 노래까지 극의 감정선이 진한 네 곡입니다. 자세한 곡명은 위 표에 정리했습니다.

그리그가 산왕의 궁전에서를 싫어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리그가 친구 프란츠 베이에르에게 쓴 편지에 "듣고 있을 수가 없다"는 표현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같은 편지에서 "아이러니가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했기 때문에, 극 속 트롤을 풍자하려고 일부러 투박하게 쓴 곡으로 보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어떤 내용인가요?

떠난 페르를 기다리는 솔베이지가 "세월이 흘러도 당신은 돌아올 것이고, 나는 약속대로 기다리겠다"고 노래하는 곡입니다. 극의 마지막에 늙은 페르는 실제로 솔베이지에게 돌아와 그녀의 품에서 구원받습니다.

🎼 마치며

'아침'과 '산왕의 궁전에서'는 따로 떨어진 멜로디로 먼저 만나지만, 사실은 한 남자의 허풍과 방랑, 귀향을 따라가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사막의 해돋이, 트롤 궁전의 소동, 폭풍의 바다, 오두막의 기다림을 떠올리며 들으면 같은 곡도 다르게 들립니다.

이번 주말에는 모음곡 1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다음 솔베이지의 노래를 성악 버전으로 들어 보세요. 산왕의 궁전에서는 위 타임라인 표를 옆에 띄워 두고 들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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